황산 자유여행기[1] - 희작등매. 탐해송. 수금송. 용조송. 흑호송
9월 28일 4박5일 황산 종주 트레킹을 다녀오다.
해외 자유여행, 앙코르와트 이후 두 번째다. 처음 겪어본 일들 공유해보고자
자세히 기록해 보겠다. 준비과정과 경비는 별도의 장으로.
황산!
이 산을 보면 다른 산이 보이지않는다는 그런 산이니,
풀코스 종주를 하고 싶어 자유여행을 계획한다.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일단 5개월 전에 항공권과 산위 숙소를 예약한다.
산위에서 2박3일, 여유롭게 오가기위해 오가는 날 2일로 하여 4박5일.
5개월간 이것저것 준비하고 드디어 출발 3일전 구글에서 황산 날씨를 검색하니,
우리가 출발하는 28일부터 1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 아닌가!
때마침 대만에 상륙하면서 제주도에까지 여향을 미친 태풍 메기로 중국대륙 절반
이상이 구름에 싸여 있다. 태풍의 영향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이번에야 깨닫는다.
출발일 아침까지 일기예보는 변동이 없고, 들떴던 여행기분은 가라앉는다.
그래도 어쩔것인가 출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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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행 출국 게이트 옆의 설렁함은 날씨로 가라앉은 내마음과 같다.
황산 공항은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만 있으니 한가하고, 밖으로 나오자
바로 앞에 많은 택시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은 단체관광객이므로 수요공급상 내가 유리.
느긋하게 공항 처마밑을 따라 앞쪽 택시로 걸어가니, 한 사람이 다가와 솰라솰라. 삐끼인가?
나 탕코우, 삐끼 솰라솰라. 알았다는 듯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나 하우 머치. 삐끼 헨드폰
계산기에 240을 찍어보이며 솰라솰라. 고속도로 간단 말인가? 흥정하는데는 젬벵이고
다른 블러그에서 봤던바로 바가지는 아닌 것 같아 메모해간 通行费包括(통행비포함)을 보여주며,
고속도로 톨게이트비(20원)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삐끼 솰라솰라. 알았다는 표정이다.
메모해간 호텔명을 보여주니, ok. 나도 ok.
이 사람은 두 번째로 세워진 택시 기사였다. 이야기 중에 다른 사람이 저 멀리서 솰라솰라,
첫 번째 기사가 항의한 것 같았는데 순수히 차를 빼준다. 항의가 아닐 수도 있고..
이로써 1차관문을 통과하고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가한 이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니
출발전 날씨로 심란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강변 까페에서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다.
이 사진은 돌아오면서 찍은 것.
호텔에 도착.
여권과 씨트립 예약서를 내미니 확인하고, 디포지트하며 100원 지폐를 흔든다.
순간 뭔 말인가 했더니, 이곳 호텔에서는 보증금을 받는 곳이 있다며 디포지트(deposit)를
기억해 두라는 생각이 나서 100원을 주고 영수증 받는다.
그리고 나니 20여개 단어가 적혀있는 종이와 펜을 내밀며 솰라솰라. 종이에 체크하란다.
이것이 뭤인고? 내가 알아볼 수 있는 한두개 글짜와 상대방의 몸짓과 영어 한두 단어로
추측컨데 내일 아침 메뉴를 고르라는 것 같다.
베이컨ㆍ모두부ㆍ과일에 체크하고 있으니, 노, 디스 원 투 디스 원 투 스리 포.
아! 이 말은 선택 가능한 수량이렸다. 내용을 알아야 수량을 적지. 2사람이니 대여섯 것에
2를 적고 나니, 솰라솰라 타임. 몇 시에 먹을 거냐고? 7을 적으니 7:00으로 자기가 수정.
뭔속인지 모르겠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생각하니 방값은 조식 포함 가격이였고,
호텔조식은 보통 뷔페식인데, 선택한 메뉴는 별도 값을 받는단 말인가?
번역기를 테스트할 시간이다. 짐을 풀고 프런트에 내려와 헨드폰 와이파이 연결창
열어서 내미니 와이파이 연결해 준다.
번역기 열고, 조식비용은 별도인가요?
대화하듯이 하니 인식을 못하다. 아기에게 말 가르치듯이 또박또박 말하니 인식한다.
번역도 잘 됐는지, 알아듣고 방값에 포함됐단다. 지들도 신기한지 번역기 쳐다보며 웃는다.
내친김에 우산 좀 빌려주세요. 척 알아듣고 우산을 내온다. 처음 써본 번역기 나도 신기하다.
내일 아침 운곡사행 버스타는 곳을 확인하고 저녁도 할겸 숙소를 나선다. 숙소에서
조금 올라오니 저 간판 보인다. 저기 작게 보이는 간판에는 남문환승점 600m라 되어있다
내일 아침 버스 탈 곳을 알았으니, 탕구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황산 입구에 형성된 작은
읍내 정도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슈퍼마켓이 보여 과일등을 사고, 식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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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봐서는 알 수 없고, 벽에 붙은 사진을 봐도 알 수가 없어 머뭇거리니,
잉글리쉬? 하며 영어 메뉴판을 내온다. 왼쪽 맨 위 메뉴는 모두부(28원)는 익히 들은 것이라
쉽게 선택하고 오른쪽 맨 위 고기육자가 있는 것은 영문메뉴에 돼지고기(48원) 뭐라돼 있어 선택한다.
모두부는 먹을만 하나 짜고 돼지고기 메뉴는 돼지고기보다 다른 재료가 더 많으며 맛도
괜찮지만 약간 짜다. 이 둘만 시켜놓고 짜서 물을 마셔가며 먹고 있으니
남자 직원이 솰라솰라. 나 멍 ? 아주머니가 고개짓을 하니 쌀밥을 내온다.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1인분 2원에 2인분. 밥 양은 1인분으로도 둘은 먹을 양이다.
우리처럼 밑반찬에 개인별 식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몆 가지의 요리에 쌀밥(米饭)을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이제야 중국집에 가면 여러 사람이 원판식탁을 돌려가며 먹는 이유를 알겠다.
대여섯 명이 서너개의 요리를 주문해서 식사를 해야 안성맞춤일 것 같다.
요리 2개만 시켜도 둘이 먹기에 많은 양이다. 그렇다고 하나만 시키기도 그렇고..
오늘 주문한 두 요리에 쌀밥이면 두 사람 식사론 넘친다.
혼밥족은 어디서 어떻게 식사를 하지?
지불하려고 카운터에 가니 주문서를 보고 계산기 두들긴다. 84원. 왱? 내가 계산하고
80이라고 종이에 적으니 멋적게 웃으며 맞단다. 의도인가, 실수인가?
숙소에 들어와 호텔 이름이 새겨진 빌려간 우산을 달라고 보디랭귀지를 해보니 안된다며
호텔내 상점을 가르킨다. 기념으로 가지고 싶다고 번역기 돌렸으면 줬을라나.
우산 하나 사고 방에 들어와 체크인 시 주문한 식사가 어찌 나올지 궁금증을 안고 잠자리에 든다.
(1)둘째 날: 운곡사에서 북해. 청량대. 후자관해. 서광정
.운곡사-3.5km-입승정-3km-백아령-1.1km-신백아역-0.8km-석순봉-0.2km-
시신봉-0.5km-흑호송-0.5km-북해
.북해-0.28-청량대-0.15-후자관해-0.15-청량대-0.17-서광정-0.1km-북해
총거리:10.5km
7시경 식사하러 갈려고 준비하는데 6시 50분 경에 아침식사를 방으로 가져온다.
계란크기 만두4개.식빵2장.두유2팩.베이컨 네다섯 조각.수박조각을 담은 빙수컵 크기의
용기1개.커피2잔. 1인분 식사량이다. 주문할수있는 주문량은 전부 주문해야 할 듯.
룸 써비스를 처음 받아봤으니 알 수가 있나.
숙소에서 800M 정도 올라오니 다리 건너에 자광각.운곡사 가는 버스 타는 곳이 보인다.
매표창구에서 연습해간 윈꾸쓰 하니 운곡사 가는 표를 내준다.
개찰하고 안으로 들어가 차 앞 유리에 있는 慈光閣(자광각).雲谷寺(운곡사) 행 여부를
확인하고 타면 된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개찰원이 저 안쪽 두번째 차를 타라고 친절히 가르켜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황산대문이 나온다.
운곡사 버스종점
버스에서 내리면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
상가 지역를 지나면
트래킹하려면 왼쪽. 매표창구에서 황산 입장권을 사고 원형문으로 입장.
케이블카 타려면 오른쪽으로 더 가야 한다.
산행 내내 짐꾼들과 함께한다. 저 짐꾼들로 내 페이스가 약간 흐트러진다.
일정한 페이스로 가야 하나 앞에 나타나면 천천히 따라가야 하며, 공간이 생길 때
잽싸게 추월해야 한다. 내게는 미미한 것이지만, 그러다 보니 저들도 자기들 페이스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것 같으면 워워 소리를 내며, 쉬는 시간도 일정한 것 같다.
쉬고 있다 내가 한 계단 바로 앞에 왔어도 지나가도록 기다리지 않고 출발한다.
노동은 신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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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저런 간이 상점이 있다. 오이가 눈에 많이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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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승정(入胜亭). 구름에 가린 위쪽으로 전망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계곡쪽은 전망이 없다.
우산을 받쳐들고 있는 왼손 손가락이 잡혔네.
풍경이 멋있는 곳인지 전망대가 있으나 윗쪽은 구름이 가려있어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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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작등매(喜鵲登梅): 매화나무 같은 소나무에 매화나무를 오르는 까치 모습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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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지붕이 있는 쉼터가 있고, 비가 많은 곳이여서 인지 천막으로 비를 피할 곳도 있다.
그 곳에서 서울서 가져간 고구마 말랭이.영양갱.자유시간.아몬드, 탕구에서 산 사과와 빵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빗속에서의 힘겨움이 묻어나는 듯 하다.
백아령에 다 왔다.
백아령.
백아령에서 왼쪽으로 가면 광명정, 우리는 시신봉.북해로 가야 하니 앞으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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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령에서 계속 북해쪽으로 방향 잡아오면 녹색점 지점에 도착.
바로 밑 노란점까지 거리는 40m정도. 흑호송은 노란점에 있다.
시신봉.석순봉은 흑호송쪽에서 들렸다 올 수 있고 신백아역을 거쳐 갈 수 있지만
신백아역 쪽은 조금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종주팀이므로 신백아역으로 간다.
신백아역쪽으로 가는 고개를 넘어 서고.
신백아역을 지나 석순봉으로 가고 있으나 구름속을 헤멘다.
석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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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순봉에 왔으나 보이는 것은 안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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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海松(탐해송): 시신봉 아래에 있는 것으로 곁가지가 앞을 향해 뻗고 있는 모습이
푸른 용이 바다를 탐하고 뜬구름을 가지고 노는 듯한 형상이라하여 붙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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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봉의 다른 봉우리에 올라봐도 보이는 것은 소나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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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내내 비가 내리며, 시야가 100m를 넘지않으니 보이는 것은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 뿐. 황산사절이 기송.괴석.운해.온천이라는데,
길가에 늘어선 것 만으로도 저 모습들인데 저 구름속에 얼마나 많은 기송들이 있을까.
수금송(竪琴松): 수금(중국식 하프)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청룡의 발톱같다 하여 용조송(龍爪松). 밖으로 들어난 뿌리를 보고도 이름을 지어낸 사람들.
연리송(連理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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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호송(黑虎松): 이곳에서 도를 닦던 고승이 이 나무위에서 검은 호랑이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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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송.
몽필생화(문필봉).
9.6km를 걸어와 문필봉.필가봉 전망대에 섰으나 맞이하는 것은 안개 뿐.
이틀의 기회가 더 있으나 산위 3일 내내 비 예보이니 이를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사자봉 가는 길.
당초 계획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문필봉.필가봉 구경 후 숙소에 여장을 풀고
가벼운 몸으로 사자봉 방향을 다녀온 후, 시간이 되면 단하봉까지 가 볼 생각이였으나
사자봉 방향만 다녀온 후 숙소에 들기로 한다.
淸凉臺(청량대).
猴子觀海(후자관해).
오르는 도중 사자봉 가는 길은 있으나 막혀 있고..
여기가 원숭이가 운해를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던가..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여기는 무슨 이름이 붙을까. 내라면 승무송.
曙光亭(서광정).
후자관해에서 내려오는 길에 올라왔던 길이 아닌 왼쪽 길로 빠지니 여기로 온다.
서광정에서 곧바로 내려가니 바로 숙소인 북해호텔이 나온다.
북해호텔 체크인.
여권과 예약서류 내미니. 확인하고 계산기에 2010을 찍어 내민다.
이건 또 뭔 상황? 계약시 결제했는데 다시 내 놓으라니,
예약서류에 있는 금액을 보여봐도 대화 불가. 전화를 걸더니 한국어가 나온다.
여기서 결제하면 씨트립에서 예약금 돌려준단다. 맞다. 예약시 결제했는데 예약서에
호텔 후불이라 적혀있어 문의했던 사항인데, 5개월전 일이라 까맣게 잊어먹었던 것이다.
카드로 결제한다.
첫날 호텔도 시트립에서 예약했는데 그 곳은 예약시 결제로 끝났다.
아마 이곳은 5개월전에 예약을 했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도 보증금 100원.
다음 날 오전에 씨트립에서 한 달 이내에 예약금 환불된다고 메일이 왔다.
샤워 후 식사를 하러 내려온다.
첫날 경험을 했으니 오늘은 느긋하다. 사진첩 메뉴를 보니 산위라 기본이 50원이
넘으며 대부분이 100원이 넘는다. 넉넉하게 잡는다고 1인당 한끼 식사비로
50원으로 예산을 짰는데 괴리가 크다.
하지만 우리는 오르면서 케이블카 비용 2인에 160원 절약, 저녁식사 예산 100원.
이 범위내에서 써도 되니 오늘은 부담이 없다.
볶음밥 대 하나.미역은 아니 것 같은데 미역국 비슷한 국물.소고기 갈비찜.
볶음밥과 미역국은 만족, 갈비찜도 맛있으나 약간 기름지다.
이 요리들엔 향이 없어 중국요리 같지 않다.
우중산행의 자화상. 비옷 입고 우산을 썼으나 모든 옷이 다 젖었다.
젖은 옷을 싸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가, 히터를 켜니 꽤 많은 열이 난다.
잠자리에 들고 1시간도 안되어 잠이 깨더니 꼬박 밤을 샌다.
나는 고지대에 오면 잠을 들지 못하는가. 4번을 대청봉.지리산.덕유산
대피소에서 자본적이 있으나 한번도 잠이 들어본적이 없다.
밤새 빗소리가 오락가락 한다.
황산 자유여행기[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