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일 병신년 송년산행으로 한라산 백록담을 1박2일로 다녀오다.
성판악 - 7.3km - 진달래대피소 - 2.3km - 백록담 - 2.7km - 삼각봉대피소
- 6km - 관음사. 총 18.3km.
진작부터 다녀오고 싶었던 한라산 겨울산행을 이번에야 실행에 옮긴다.
꿈꿨던 눈꽃 가득한 한라산은 아니였지만 성판악에 가기전까지 하늘 가득했던
구름은 사라지고, 파란 하늘 아래 한라산의 산록과 고사목, 눈덮힌 백록담,
북사면에 남아있는 상고대들과 시야가 시원히 트인 풍광을 바라보니,
모든 근심걱정 사라지고 자연과 교감하는 심신은 활기가 넘쳐난다.
성판악 입구. 서울서 6:40분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오니
9시가 조금 넘는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우거지국물에 아침하고 나니 9:40분.
여기 들어설 때까지만해도 시간개념이 없었다.
저 푸른 나무들은 취위를 이겨내려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위해
잎을 저렇게 축 늘어뜨린 것인가?
성판악 입구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진달래대피소에 12시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7.3km 소요시간 3시간.
큰 일 났다. 12시에 진달래대피소를 통과하려면 40여분을 단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 산행속도는 예상 소요시간보다 빨라본적이 없다.
초반에 속도를 내면 분명 무리가 올 텐데, 그렇다고 저 푸른 하늘 아래 백록담을
어찌 놓칠 수가 있겠는가.
속밭대피소까지 쉬운 길이여서 시간단축을 많이 했지만 사라오름입구 지나서부터
예상했던 역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종아리에 쥐가나서 길가에 앉아 주무르기를
몇 번 거의 포기상태에서 죽자살자 올라와 1분의 에누리도 없이 12시에 도착,
진달래대피소 쳐다볼 겨를도 없이 통제선 통과한다.
통과 직후 점심하고 출발하니 우리가 백록담을 향하는 마지막 주자가 된다.
이제 정해진 시간도 없고 배도 채웠겠다. 푸른 하늘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 13:30분 이전에 정상에서 하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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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 많은 나무가 죽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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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이고 모두들 내려오는 길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라를 즐기고 있는데 걱정스런 소리가 들린다.
백록담에서 서둘러 하산을 시킨다며, 잘 못하면 백록담을 못 볼 수도 있겠다고 한다.
속도를 낼 수도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백록담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하산 길이 촉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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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가 저기 눈앞이다. 일찍 출발했더라면 좀더 느긋하게 산행을 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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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오는 사람들도 후미만 남은 것 같다. 쫓겨 내려온 길이라며 서둘러 가보세요.
설마 못 오르게 막기야 하겠어요라며 격러해준다. 한고비만 올라채면 되는데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내 생각도 그렇다 설마 백록담을 못 보게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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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푸른 하늘 아래 눈덮힌 사진에서만 보았던 그 백록담이 아닌가!
정상에 올라서자 사람들은 모두 다 내려가고 오직 눈덮인 하얀 백록담만이 나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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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동쪽. 화구벽의 다른 사면들과는 달리 동사면은 암벽이 없다.
정상초소에 있던 관리인은 성판악쪽이 시간이 덜 걸리니 성판악으로 하산하라고 한다.
하지만 성판악 9.6 관음사 8.7km로 관음사쪽이 거리가 짧을뿐 아니라 처음 왔을 때 관음사로
내려오면서 안개로 풍광을 보지못했던 아쉬움이 있어 관음사로 하산길를 잡는다.
관음사 길은 북쪽이라 눈꽃이 녹지않았다.
가지끝에만 녹지않고 달려있는 눈꽃이 목화밭을 연상시킨다.
정상에서 관음사로 하산하면 곧바로 시작되는 구상나무 군락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구상나무 군락지로 그 풍광을 보는 것은 한라산 산행시 관음사 코스로 꼭 가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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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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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하얀점으로 보이는 것이 삼각봉대피소, 왼쪽 절벽처럼 보이는 것이
삼각봉인 것 같다. 그 아래 보이는 것은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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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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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제주시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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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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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화구의 북벽과 북사면의 계곡.
당겨본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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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각 현수교와 왕관릉
왕관릉(왕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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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봉대피소에 와서 뒤돌아본 모습. 왕관릉과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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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벽.
삼각봉
삼각봉과 삼각봉대피소
정상에서 삼각봉대피소까지 내려오면서 멋있는 풍광에 취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를 망각한다. 우리가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대피소에서 관리인이 나오더니 지금 몇 신지 아느냐고, 정상에서 몇 시에
출발해는데 이제 오느냐고 호통이다. 시간을 보니 4:20분, 2.7km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삼각봉대피소에서 관음사까지는 6km를 내려오면서 정상에서 관리인이
왜 거리가 더 긴 성판악으로 내려가라 했는지, 왜 삼각봉대피소에서 호통을 쳤는지 알겠다.
강에서 닳아 매끈한 돌이 아닌 화산석 원형 그대로 깔려있으니 이 길이
자연 그대로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도통 구별을 못할 정도로 울퉁불퉁이다.
천천히 내려올 때는 괜찮더니 속도를 조금 내니 이번엔 무름에 이상이 온다.
아픈 무릎에 험하고 어두운 길을 헤드렌턴 하나 가지고 둘이 내려오다보니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무사히 산행을 맞쳤고,
하마터면 보지못했을 눈덮힌 백록담과 함께 한 멋진 송년산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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